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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웃차우자 2025. 6. 21. 20:15
  1. 그냥 지나치려던 그림 앞에서 멈췄다
    전시회는 종종 내게 산책 같은 시간이다
    설명은 읽지 않고 줄도 서지 않고 그냥 천천히 걷는다
    그림들은 대부분 조용히 지나친다 좋다 멋지다 같은 피상적인 인상만 남긴 채로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그날도 그랬다
정해진 동선 따라 걷고 있었고
별 기대 없이 하나씩 훑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정말 아무 설명도 없는 작은 그림 한 장이었다
묘하게 허전한 풍경
연필 선 같은 선과 무채색의 흐릿한 색감
그림 속에는 인물도 사건도 상징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림이 내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린 것처럼
그 장면을 오래 보고 또 보게 됐다

  1. 왜 하필 그 그림이었는지 나도 몰랐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그림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화려한 색감도 유명 작가의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림 속 공기와 내 감정이 닮아 있었다

어쩌면 내가 요즘 느끼고 있던
막연한 공허함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
말로 설명할 수 없던 복잡한 마음들이
그 그림 속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는 이의 마음을 비추고 반사시킨다
그 앞에서 눈물이 나는 사람도 있고
오랜 침묵 끝에 웃음이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울림은
논리보다 빠르고 단어보다 깊게 다가온다

  1. 감정은 말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림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더 본능적인 일이다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몰라도
    어떤 기분인지는 느낄 수 있다

그게 예술의 신기한 점이다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 갑자기 향수병이 밀려오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색감 한 선이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을 깨운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설명 없이도
아 이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생각은 그 이후에 따라온다
왜 이렇게 느꼈을까?
지금 내가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그림이 던진 감정의 파동은
우리를 자기 안으로 데려가는 통로가 된다

  1. 그림 한 장이 남긴 여운
    전시회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은 그 그림으로 가득했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작품이었지만
    그 감정은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무언가 바뀌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머릿속이 아닌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을
조금은 더 배우게 됐다

예술은 그런 순간을 준다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두드리고
감정을 흔들고
삶의 방향을 아주 살짝 틀어놓는다

그리고 그 작은 틈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워진다

 

더가까워진 우리는 
모든 그림이 감동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단 하나의 그림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림을 볼 때 마음이 멈추는 순간
그건 단지 감상이 아니라
자기 삶과 마음을 마주하는 깊은 만남일지도 모른다

말보다 빠르게 닿는 언어
그림은 그래서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