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에 담긴 감정 말보다 깊은 언어
1. 말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고 믿는다
슬픔은 슬프다는 말로 사랑은 사랑해 말로
하지만 정작 진짜 깊은 감정은
단어의 무게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이다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눈물
묘하게 그리운 오후의 햇살
이유 없이 울적한 밤
그럴 때 우리는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을 찾는다
그중 하나가 그림이다
한 줄의 선 한 번의 붓 터치
어떤 색을 선택했는지만으로도
그 사람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보다 솔직한 게 그림이고
말보다 더 깊게 전해지는 게 색과 선이다
- 그림은 감정을 옮기는 언어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단지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엔 감정의 온도 순간의 분위기 살아 있는 감각이 담긴다
예를 들어 똑같은 풍경을 그리더라도
누군가는 쓸쓸함을 담고
누군가는 위로를 담는다
붓을 드는 사람의 심리와 시선이 그대로 반영되는 예술이 바로 회화다
그래서 어떤 그림은
보고만 있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해지고
설명 없이도 이건 나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림은 설명이 없다
하지만 그 무언의 언어는
때로 수천 마디 말보다 더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 붓을 들고서야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안다
캔버스 앞에 서면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이 나온다는 걸
의식으로 꺼내지 못한 감정
말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어느새 물감과 붓 끝에서 흘러나온다
어떤 날은
의도하지 않았던 강렬한 색을 쓰고
어떤 날은
그저 하얀 여백을 남겨둔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된 뒤
그제야 깨닫는다
아, 나는 오늘 조금 외로웠구나
나는 지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나를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다
- 감정이 전해지는 예술은 오래 남는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림들을 떠올려보면
공통점은 기술보다 감정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클림트의 키스
그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담겨 있다
그건 아마도
이건 나야라고 말하는 작가의 솔직함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통해
자기 감정을 정직하게 풀어낸 그 순간이
세월을 건너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예술은 오래 남는다
기술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감정은 언제나 사람을 흔든다
붓 끝에서 피어난 감정은
말보다 조용하지만
더 깊게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림은 말을 대신해주는 언어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확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선과 색은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그리고 그 감정의 흔들림은
때로는 수천 마디 위로보다 더 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그저 붓을 들어도 괜찮다
그 끝에는 분명 당신의 진심을 알아볼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