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이미 내 마음을 통과한 무언가였으니까
- 낙서는 마음의 가장 가까운 손글씨다
어릴 적, 학교 공책 한켠에는 늘 낙서가 있었다
가로줄 사이에 꽃을 그리거나
수학 문제 옆에 아무 의미 없는 곡선을 반복하거나
선생님은 종종 낙서하지 마라고 했지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낙서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표현하는 가장 빠른 언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회의 중 메모지 한켠에
지하철에서 스쳐가는 손바닥에
낙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대화다
무의식적으로 그려진 선과 점 속엔
말보다 먼저 흘러나온 감정이 스며 있다
그래서 낙서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일종의 창작이다
어딘가로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두는 방법이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을
형태로 남기는 시도다
- 완벽하지 않아도 창작은 가능하다
예술을 생각하면 우리는 흔히
잘 그려야 한다 멋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낙서는 그 모든 기준을 거부한다
의도도, 완성도도 필요 없다
그저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리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오히려 더 나다운 게 생겨난다
모양은 어설프고 선은 삐뚤해도
그건 분명히 내 안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은 결국 표현의 언어다
그 언어는 반드시 세련되거나 명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내 안에 무언가를 꺼내어 바깥으로 보내는 용기다
때로는 그 낙서 하나가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기도 하고
우울한 하루에 작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내 감정을 그대로 품은 결과물이니까
- 일상은 창작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예술은 거창한 도구 없이도 가능하다
볼펜 하나 종이 한 장 그리고 5분의 시간
그게 전부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빈칸을 마주한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커피 타는 시간
회의 시작 전의 몇 분
그 사이사이에서 탄생한 낙서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 된다
한 줄의 선이
그날의 기분을 닮기도 하고
작게 쓴 단어 하나가
나에게 은근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이런 작고 소소한 창작은
내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장치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리듬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예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창작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사람의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전시회에 걸려 있어야 예술이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아야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낙서가 알려주는 진짜 예술은 다르다
그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그 표현이 진심이라면
그건 분명 작품이다
누군가가 그게 뭐야?라고 묻더라도
당신이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렸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가장 솔직한 창작의 이유다
예술은 선택받은 이들의 언어가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하는 감각이다
다만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 감각을 잊고 살아간다
낙서는 그 감각을 다시 깨우는 작은 문이다
낙서처럼 사소한 것이
삶을 예술로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창작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예술은 결국
무엇을 표현했느냐보다
어떻게 느끼며 살아가느냐의 문제이니까
가끔은 무의식의 선 하나가
당신의 마음을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오늘도 그려보자